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12월 13일에 개봉한다길래,
전설적인 흡혈귀 소설이라는 명성이 자자한 원작을 읽어봤습니다.
이 전 글에서도 썼습니다만, 전 흡혈귀, 뱀파이어에 좀 집착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나 싶네요.
소설을 읽고 제일 놀란 건, 이 글이 1954년에 발표되었다는 겁니다.
'명작' '클래식'의 조건 중 하나가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 글이 그렇군요.
2007년에 살고 있는 제가 222페이지 짜리의 글을 읽는 내내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생각이 단 1초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 소설이 명성 자자한 글이라고 했더니
제목이 너무 촌스러워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라니요? 에잇 촌스러워!
제목 보고 상상해보면 마초적 영웅 하나가 등장해서
나같은 생활인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국가와 민족' 따위의
가치를 매우 수준 낮게 설파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흡혈귀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흡혈귀가 주인공은 아닙니다.
앤 라이스나 브람 스토커의 흡혈귀 소설에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흡혈귀들이 등장합니다만,
이 책에선 '정상인' '네빌'이 주인공이죠.
흥미로운 것은 흡혈귀와의 엄청난 혈투보다는 '생활인' 네빌이
먹고 자고 휴식을 취하며, 섹스하고 싶은 욕망을 다스리는 일상생활의
투쟁기가 주로 등장한다는 겁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면 2차 대전 중에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시에서 혼자 살아남은 한 피아니스트가 등장하는데,
그가 고군분투하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안 들키고 숨어서 먹고 살기'입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네빌 역시 온 도시가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모두가 흡혈귀로 돌변했는데, 혼자만 감염되지 않고 남겨집니다.
이렇게 굉장히 드라마틱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은
영웅적인 행동은 커녕 하루 하루 먹고 자고 싸고, 섹스하고 싶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리적 욕구 외에도 그를 계속 괴롭히는 건
외.롭.다.는 것.
나랑 비슷한 존재를 발견하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 아래는 보고 싶으신 분만 보셔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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