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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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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비지트>

이스라엘과 프랑스 합작 영화 <밴드 비지트>를 봤습니다.

요즘 <색,계> <추격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은 빡신 영화를 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따뜻함과 편안함을 미덕으로 지닌 영화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따뜻하고 편한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될 가능성이 80% 이상 됩니다.
나쁘지도 않지만 별 감흥도 없는 허허실실 영화가 되는 거죠.
게다가 착한척 하다 보면 보수적으로 흐르거나,
눈물 흘리게 하려고 작정하고 달려들지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신파가 되기 쉽습니다.

이 모든 장애물을 넘어 착하면서도 내공있는 영화가 되려면, 감독이 참 잘해야 합니다.
토막나고 터져나가는 살과 피가 난무하는 강한 영상 시대에 이런 조용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내공있는 '진실함'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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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하는 순간의 기분을 묻는 그녀에게 늙은 경찰 악단 단장은 말 대신 손짓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영화 <밴드 비지트>는 바로 그런 값진 진실함을 가졌습니다.
1시간 30분 간 극장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따뜻하게 앉아 있다 나왔는지,
끝난 뒤엔 적당한 온도의 사우나를 하고 나온 기분이더군요.

귀여운 소품인데, 맘껏 칭찬할 수 있는 영화는 <미스 리틀 선샤인> 이후 처음입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이집트의 경찰 악단이 이스라엘로 연주 여행을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아 말도 잘 안 통하는 이들은 직접 연주회장을 찾아나섭니다.
그 와중에 동네 이름 발음을 잘못해서, 엉뚱한 동네에 잘못 도착하는데,
버스마저 끊겨 그 동네 주민들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잘못 찾아간 그 동네가 어찌나 황량한지 맨처음엔 동네 풍경만 봐도 몸서리 쳐집니다.
저런데서는 하루도 못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권태가 덕지 덕지 늘러붙은 그런 동네거든요.
 
하지만 그 권태로운 동네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도 소란스럽고 사연 있고 유머러스한 인생이 있는거죠.
여자랑 한번도 자보지 못해서 여자 앞에만 서면 머리에서 바다 소리가 들린다는 어수룩한 청년에,
멀리 가 있는 여친 전화 기다린다고 한밤중까지 공중전화 앞에 서 있는 남자애,
정말 섹시한 외모를 하고 그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연있어 보이는 여자도 있구요.  

동네 주민들의 아파트에 2~3명씩 흩어져 신세를 지게 된 경찰 악단은
단 하루지만, 그 삶 속에 들어가 서로의 삶을  본의아니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과도하게 간섭하지도, 도와주지도 않고, 그냥 바라보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말 안해도 조용히 곁에서 바라봐주고 말없이 이해하는 풍경이 가슴 저릿합니다.

황량한 이스라엘의 한 동네에 한 밤중에 울려퍼지는 아랍 노래가 지금도 들려오네요.
그 음악 생각하면 미소가 조금 납니다. ^^

휴식같이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영화 추천합니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도록 자판기 두드리며 노동에서 소외당하시는 분들,
이런 영화 한편 보시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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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 2008/03/20 11:39 | DEL
"밴드 비지트"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이스라엘 영화입니다. 영화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경찰악단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는데 해프닝이라는 것이 무언가 크게 한바탕 일어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이집트, 앙숙의 두 국가의 인물들이 만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그리고 잔잔한 웃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한 마을의 사람들에게는 이집트 경찰악단의 방문은 지리한 일상을 깨는 하나의 사건이었고, 경찰..
BlogIcon 빈상자 | 2008/03/17 00: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저도 빡신 영화들로 조금 회의적인 사람이 되버려서
이런 영화로 종종 인간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해야 될 것 같아요;;

봐야겠군요!
BlogIcon 순간의나이쓰 | 2008/03/21 14:28 | PERMALINK | EDIT/DEL
그러니까요. 요즘 빡신 영화가 너무 많았어요.
BlogIcon 스테판 | 2008/03/20 11: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집트-이스라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은지라,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동화될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BlogIcon 순간의나이쓰 | 2008/03/21 15:19 | PERMALINK | EDIT/DEL
네. 저도 스테판님 글 일찌감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공감 많이 했습니다. 배경지식이 없어서 아쉬운거죠. 아마 외국인이 <살인의 추억>을 보는 것과 비슷하겠죠. 당시 국가 행사에 학생이 동원되는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암튼 딴 나라의 디테일한 역사를 잘 모르고 보면 영화는 완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쉼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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